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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극장가는 원래 한산하다고들 하지 않나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막상 2026년 9월 개봉예정영화 목록을 쭉 훑어보니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이창동 감독 신작에 허진호·이준익 감독 라인업까지, 한국 영화만 해도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입니다. 추석 연휴 시즌을 겨냥한 국내 작품들이 여름 내내 할리우드 대작에 눌려 있다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구조로 보입니다.

 

9월 기대작, 직접 뜯어보니 이렇게 갈립니다

9월 라인업을 보면서 제일 먼저 눈에 꽂힌 건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이었습니다. 이창동 감독은 이른바 극소수 작품주의, 즉 작품 수를 최소화하면서도 매 편마다 강한 인상을 남기는 연출 철학으로 잘 알려진 분입니다. 여기서 극소수 작품주의란 상업적 수익보다 작품의 완성도와 밀도를 우선시해 편당 제작 간격이 수년에서 십수 년에 이르는 창작 방식을 말합니다. 실제로 <버닝> 이후로 8년 만의 신작이라고 하니, 제가 이 영화를 가장 먼저 캘린더에 표시해 둔 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전도연·설경구·조인성·조여정이 한 화면에 모이는 건 쉽게 볼 수 없는 배우 앙상블(ensemble)입니다. 앙상블이란 단순히 출연진이 많다는 뜻이 아니라, 각 배우가 대등한 비중으로 서사를 이끌어가는 구조를 가리킵니다. 해고노동자 부부와 다큐멘터리 감독 부부가 제작 과정에서 가까워진다는 설정은 러닝타임이 길다는 정보와 맞물리면서, 덜컥 긴장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지만 극장 선공개를 진행한다고 하니, 저는 무조건 큰 화면으로 먼저 만날 생각입니다.

반면 <암살자(들)>은 솔직히 반신반의하는 마음이 더 큽니다. 1974년 영부인 저격 사건이라는 역사적 팩트를 기반으로 한 팩션(faction) 장르입니다. 팩션이란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성한 용어로, 실제 역사적 사건을 뼈대로 삼되 극적 재구성을 더하는 방식입니다. 허진호 감독이 근래 흥행에서 아쉬운 결과를 거듭했던 터라 선뜻 기대를 내세우기가 조심스럽습니다. 그래도 유해진 배우가 붙었다는 사실 하나가 제 기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최근 필모그래피를 보면 유해진 배우는 작품 선택 자체가 일종의 품질 보증 마크처럼 느껴질 정도라, 이번에도 그 직관을 믿어보려 합니다.

가이 리치 감독의 <인 더 그레이>는 헨리 카빌과 제이크 질렌할이라는 조합 자체가 흥미롭습니다. 가이 리치 감독은 <킹스맨>의 매튜 본과 자주 비교되는 스타일리시 액션의 대명사인데, 제가 직접 그의 전작들을 챙겨본 경험상 "이 감독이 자기 색깔을 지킬 때"는 정말 재밌고, "장르를 벗어나면 애매해지는"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이번엔 전형적인 가이 리치 공식—각자의 전문성을 가진 인물들이 범죄와 비범죄 사이 어딘가에서 미션을 완수하는 구조—으로 돌아온 것 같아 오히려 안심이 됩니다.

  • <가능한 사랑> (9월 23일) — 이창동 감독 8년 만의 신작, 극장 선공개 후 넷플릭스 공개 예정
  • <암살자(들)> (9월 23일) — 1974년 실화 기반 팩션, 유해진·박해일·이민호 출연
  • <인 더 그레이> (9월 2일) — 가이 리치 감독 복귀작, 헨리 카빌·제이크 질렌할 콤비
  • <비광> (9월 2일) — <미쓰백> 이지원 감독, 류승룡·하지원 주연의 묵직한 드라마
  • <인턴> (9월 16일) — 동명 할리우드 원작 리메이크, 최민식·한소희 주연
요약: 9월은 이창동·허진호·가이 리치 등 검증된 연출자들의 신작이 동시에 쏟아지는 달로,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는 라인업입니다.

 

한국영화 추천, 믿을 수 있는 작품과 변수 사이에서

일반적으로 9월은 한국 영화 비수기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추석 연휴가 낀 해의 9월은 오히려 국내 제작사들이 가장 공을 들인 작품을 꺼내놓는 시기입니다. 올해도 딱 그 패턴입니다. 2026년 추석 연휴를 전후해 한국 영화들이 집중적으로 개봉을 잡은 것을 보면, 극장가의 수급 전략(supply-demand strategy)이 명확하게 읽힙니다. 여기서 수급 전략이란 개봉 시기를 관객 유입이 가장 활발한 연휴나 성수기에 맞추어 흥행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배급 계획을 뜻합니다.

<아버지의 집밥>은 이준익 감독 작품이라는 점에서 기본기는 믿습니다. 웹툰 원작 특유의 과장된 감정선이 영화로 옮겨질 때 어떻게 정제되느냐가 관건인데, 정진영·이정은·변요한으로 이어지는 출연진은 그 불안 요소를 상당 부분 상쇄해 줄 것 같습니다. 제가 직접 이준익 감독의 전작들을 여러 편 챙겨봤는데, 이 감독은 소재가 훈훈해 보일수록 오히려 중반부에 감정의 밀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뒤통수를 치는 경향이 있어서 너무 가볍게 보지는 않으려 합니다.

<인턴> 리메이크는 솔직히 이 영화 목록에서 제가 가장 걱정하는 작품 중 하나입니다. 원작 <인턴(The Intern, 2015)>은 낸시 마이어스 감독이 만든 훈훈한 드라마로, 이미 대중 친화성이 워낙 높은 작품입니다. 출처: 영화진흥위원회(KOBIS)에 따르면 원작은 국내 개봉 당시 누적 관객 수 200만을 넘기며 성인 관객층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런 원작의 리메이크는 잘 만들면 "역시"지만, 조금이라도 밋밋하게 나오면 "굳이 왜?"라는 반응이 나오기 십상입니다. 다만 <만약에 우리>를 성공적으로 완성한 김도영 감독이라는 점, 그리고 최민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점은 분명한 플러스 요인입니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1편 이후로 매 편마다 "이번엔 다를까"라는 기대와 "역시 아닌가"라는 결과가 반복되는 시리즈입니다. 4편에서는 온라인 카지노 사업을 배경으로 설정이 확장된 듯한데, 장르의 핵심 재미인 심리전(psychological battle)—쉽게 말해 상대의 패를 읽고 역이용하는 두뇌 싸움—이 얼마나 살아있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 같습니다. 변요한 배우가 9월에만 <아버지의 집밥>과 이 작품 두 편에 동시에 이름을 올린 건, 제가 보기엔 지금 이 배우가 얼마나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비광>은 <미쓰백>의 이지원 감독이 꽤 오랜 시간 품고 있다가 내놓는 작품입니다. 출처: 한국영상자료원(KMDb)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이지원 감독의 전작들은 사회적 약자를 향한 묵직한 시선이 일관된 특징입니다. 류승룡과 하지원이라는 조합은 화제성은 충분한데, 소재 자체가 워낙 무거워서 어떤 온도로 풀어냈는지가 관건입니다. 제목 <비광>의 의미조차 지금은 감이 안 잡히는데, 그게 또 묘하게 궁금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요약: 9월 한국 영화는 믿을 수 있는 연출자와 배우 조합이 많지만, 리메이크·시리즈물은 원작의 무게를 어떻게 넘느냐가 각각의 변수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2026년 9월 개봉예정영화 중 가장 기대작은 뭔가요?

A. 제 기준으로는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입니다. <버닝> 이후 8년 만의 신작인 데다, 전도연·설경구·조인성·조여정이라는 배우 앙상블이 붙었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이지만 극장 선공개가 예정되어 있으니, 가능하다면 큰 화면으로 먼저 만나는 것을 추천합니다.

 

Q. 한국 영화 리메이크작 <인턴>은 원작이랑 얼마나 다른가요?

A. 원작 <인턴(2015)>은 낸시 마이어스 감독의 할리우드 드라마로, 국내에서도 누적 관객 200만을 넘겼던 작품입니다. 한국판은 최민식·한소희를 내세워 한국적 정서로 재해석하는 방향으로 알려져 있는데, 원작 팬일수록 비교 심리가 강하게 작동할 수밖에 없어 관객 반응이 엇갈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Q. <타짜> 시리즈가 4편까지 나오는데, 볼 만한가요?

A. 일반적으로 1편 이후 시리즈는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많은데, 저도 크게 다르게 보지는 않습니다. 다만 이번 <벨제붑의 노래>는 온라인 카지노라는 새로운 배경과 변요한·조우진 등 신선한 캐스팅이 변수입니다. 시리즈 팬이라면 확인 차원에서 볼 만하고,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1편을 먼저 보고 결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Q. <인 더 그레이> 가이 리치 감독 영화, 전작을 안 봐도 되나요?

A. 전작과 세계관이 이어지는 작품이 아니라, 독립된 신작입니다. 가이 리치 감독 특유의 스타일—빠른 편집, 각자의 전문기술을 가진 인물들의 팀플레이—에 익숙하면 더 재밌게 볼 수 있지만, 처음 접해도 무리 없는 구조입니다. 헨리 카빌과 제이크 질렌할 조합이 궁금하다면 충분히 입장권 값을 합니다.

 

결론

여름 내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상영관을 내주면서 국내 작품은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9월은 그 답답함을 한꺼번에 풀어주는 달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직접 목록을 정리해 보니, 검증된 연출자와 믿음직한 배우 조합이 예상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무조건 챙길 작품으로는 <가능한 사랑>을 첫 손에 꼽고, <암살자(들)>과 <인 더 그레이>를 그 뒤에 두는 순서로 계획을 잡았습니다.

리메이크와 시리즈물은 제 경험상 기대치를 조금 낮추고 가는 편이 관람 만족도가 높습니다. <인턴>과 <타짜 4편>은 그 선에서 접근하려 합니다. 9월 극장가가 얼마나 풍성하게 펼쳐질지, 직접 확인해 볼 생각입니다.

참고: https://blog.naver.com/lubkhaki/224390107190